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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는 삶을 살지 말자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0:26
Views
1151

입력일자: 한국일보 미주판 2010-10-01 (금)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얼마 전 필라델피아의 서재필박사 기념사업회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았다. "그 멀리에서까지 관심을 보여주다니…"하는 고마움과 함께 자부심도 생겼지만 한편으론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몸이 견뎌낼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초청에 응하고 나자 2박3일의 강행군이 우려됐던 지 몸이 지레 여기저기 쑤시고 결려 척추신경전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귀가 길 프리웨이 운전 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육체의 노화속도는 80마일의 고속인데 마음만은 아직도 55마일의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네"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나이 든 사람의 교만이 아닌가 싶어서였다. 은퇴할 때가 됐는데 마음은 여전히 현역의 55마일이라니.

사실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어느 단체든 세대교체가 이래서 필요한 거구나 새삼 절감하게 된다.

최근 들어 한인단체들의 리더십도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세대교체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명제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 빠르게 대처해 성공한 단체가 바로 LA 한인가정상담소 오렌지한미상담소, 그리고 LA 한인간호협회다

30년 전 나를 포함한 한인1세가 주축이 돼 세운 기관들이다. 10여 년 전부터 영어권의 젊은 세대가 바톤을 이어받아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른다. 상담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내 나이 불과 40대 초반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나이 듦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책이나 신문기사, 심지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도 ‘늙음’이란 단어와 마주치면 눈길이 거기에 꽂힌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그 지혜를 찾기 위해서다.

그중 법정스님의 말씀은 늘 가슴에 담아두고 새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 잃는다. 행복의 비결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잘 늙는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는 것,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의 덫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풀이해 본다. 그래야 노년의 새로운 가치인 지혜와 여유, 그리고 자유가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을 많이 내려놓는 중이다. 소망소사이어티의 일은 되도록 사무국장을 앞세워 진행하고 있고, 12년간 맡아온 글로벌 어린이재단 부이사장직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젊은 세대에 양보해야 훨씬 효율적이고 창립취지에 맞게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젊은 피를 많이 수혈할수록 단체가 더욱 활성화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다.

소망소사이어티는 발족한지 3년이 채 안 돼 아직 걸음마 중이지만 제 발로 걷게 될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사장 자리도 미련 없이 다음 세대에 내놓을 작정이다. 녹스는 삶을 살지 않고 곱게 늙어가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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