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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과 죽음 릴레이 대담 기사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02
Views
1401

2011년 5,6월호] 한인이민자들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함께 -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을 모시고 -

대담: 홍양희 회장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으시면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일상생활에서 죽음을 생각하십니까? 그 생각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강연을 하거나 세미나 토론시간에 늘 맞닥뜨리는 것이 죽음에 관련한 질문입니다. 누구나 무섭고 피하고 싶은 것이 죽음이어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고, 때로는 죽음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죽음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죽음을 다루면서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는 걸 늘 강조합니다.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죽음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섭고 불길하게 여기는데 그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죽음이 무섭고 두려워지게 됩니다. 죽음이 무서운 건 헤어져야한다는 공포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는 죽음을 자연현상에 빗대 쉽게 설명해 기억에 남습니다. “꽃은 봄이 오는 것을 알리고 희망이 있음을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그래서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꽃은 시들어 얼마안가 죽는다. 하지만 그 꽃은 이 세상에 피어있을 때 해야 할 일을 했다.” 저자는 또 우리에게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삶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하지 말고, 해온 일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세요. 정직하고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세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내게는 삶의 지침서나 다름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미국에 이주하셔서 43년 동안 생활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소망소사이어티(Somang Society)를 창립하셨는데, 이 단체의 활동내용을 말씀해주시고 어떻게 이러한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저의 직업은 원래 간호사입니다. 한국적십자사 간호사업국장을 거쳐 미국에 와서도 간호사로 일해 늘 죽음과 마주보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소망소사이어티는 한인 이민자들에게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함께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발족한 비영리기관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앞서 철저한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세상에서 수십 년이나 살면서도 마지막 여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습니다. 죽음이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지요. 소망소사이어티는 죽음을 올바로 이해시키고 죽음과 관련된 혼란과 공포를 불식시키며 삶을 아름답게, 품위 있게 갈무리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각종 세미나 교육을 연 50여 차례 실시하며 동시에 소망유언서(Advance Healthcare Directive)를 만들어 미 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소망유언서의 취지에 동참한 분이 거의 6.700 명이나 됩니다.

삶의 마지막을 잘 준비하고(웰 에이징)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한 채(웰 다잉)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홍보와 계몽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외도 장기기증, 재산의 사회환원, 장례절차의 간소화, 화장 장려 등을 통해 나눔과 기부문화의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이민자 사회를 위해 ‘웰다잉 가이드라인’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련 법규정과 의료제도, 관습, 장례문화 등과 함께 한국 고유의 전통까지 망라해 이민가정의 필독서로 꾸밀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생명 살리기에도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함께 펼친 ‘Water for Life’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제 자신 무척 놀랍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의 오지 차드에 ‘소망우물파기’ 운동을 벌여 불과 1년 새 100개가 넘는 우물을 파게 됐습니다. 당초 목표는 40개였는데 성금이 답지하고 호응이 커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우물 한 개를 파려면 미화 3,000달러(한화 약 360만원)라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합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불경기인데도 미주 한인들은 오염된 물을 마셔 죽어가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우물 한 개는 1,000명의 주민들에게 생명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이웃나라 말라위와 중남미의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소망우물 파기 캠페인을 펼칠 계획입니다. 올해는 소망소사이어티가 글로벌 공동체로서의 틀을 잡아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미국문화 속에 살면서 미국의 죽음이해, 장례, 죽음관련 법률, 호스피스의 내용 등에 한인들은 어떤 이질감을 느끼고 있나요.

한인 이민자들 가운데 죽음을 준비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충격,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선택한 나라에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거나 앞날을 설계하는 여유가 결여돼 있는 것이 이민 가정의 공통된 현실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나 성당 등 종교기관이 커뮤니티의 구심점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례절차를 주관하고 유가족에 물질적ㆍ심적으로 도움을 줘 상실감을 채워주고 있지요. 요즘은 한인이 운영하는 양로병원과 호스피스 기관이 세워져 언어의 불편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망소사이어티도 교회를 찾아다니며 강연을 하거나 세미나를 열어 전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사회에서는 죽음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24년이나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테리 샤이보의 죽음은 미국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줬습니다. 그는 남편이 ‘생명의 튜브’를 끊는데 동의해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유언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선 남편이 생명보험금이 탐이 나 안락사에 합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간의 존엄성과 죽음, 안락사과 관련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이와 함께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이 미국사회의 키워드로 등장했습니다. 세계적인 거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하는 ‘재산의 절반 사회환원’ 캠페인도 알고 보면 웰다잉의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미국의 500대 재벌 중 거의 절반가량이 이 캠페인에 동참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거룩한 죽음’ 운동을 벌이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선생님께서 만나 본 많은 죽음들이 있으실 텐데, 가장 마음 아픈 죽음, 가슴에 새겨진 죽음이 있으셨나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죽음을 말씀해주십시요.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암말기 선고를 받은 예비신부가 세상을 떠나자 영혼 혼례식을 올린 커플은 마음 아픈 죽음으로 떠오릅니다. 가장 감동을 준 죽음도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30여년 치과의사로 일해 온 분은 타계하기 몇 주 전 지인들을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암이 악화돼 죽음을 앞에 두자 평소 알고 지낸 분들을 모두 초청해 용서를 빌며 화해를 청하고, 사랑을 전했습니다. 지난날을 회고하며 “여러분들이 있어 행복했다”고 인사말을 한 그 분은 죽음의 공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밝고 환했습니다. 숨지기 이틀 전까지도 평소처럼 환자를 진료한 그는 얼굴에 한 아름 미소를 띠며 이승을 떠났습니다. 그 분에게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맞이하는 죽음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저 역시 남편과 언니, 동생이 떠난 것처럼 나 자신도 언젠가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현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매일 매일이, 그리고 이 시간이 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이 시간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은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죽음이 없다면 이런 감정도 못 느끼겠지요. 죽음은 늘 내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니 죽음도 내 몸처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본대담은 서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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