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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가족을 위한‘호스피스’ - 한국일보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11
Views
1690

사별가족을 위한‘호스피스’
(한국일보 컬럼)

입력일자: 2011-09-06 (화)

남가주의 대표적인 실버타운 ‘레저월드(Leisure World)’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아, 이래서 미국을 노인들의 천국이라 부르는구나”하는 것이다. 70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부부가 정겹게 골프를 치는가 하면 클럽하우스에서 댄스를 즐기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노인들을 위한 ‘레저’ 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

실버타운의 특성상 주민들은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지인이 들려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노인 한 분이 소천하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다른 노인이 얼마 안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죽음이 전염병은 아닐 텐데…. 배우자가 숨지면 남은 한 쪽은 상실감에 빠져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거나 심지어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4 빼기 3’(바버라 파홀 에버하르트 저, 김수연 역)이다. 가족의 죽음과 그 이후를 진솔하게 엮어낸 실화다. 가족 4명 중 남편과 두 아이 등 셋을 잃고 홀로 남은 오스트리아 여성 얘기다. 지독한 슬픔에서부터 분노와 원망, 공포를 경험하면서도 희망을 되찾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써 낸 1년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다.

이곳에서 ‘피에로’로 분장해 말기암 환자들에 웃음을 나눠주던 착한 청년을 만난다. 결혼 후 부부는 아들 티모와 딸 피니를 낳는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몰던 피에로 버스가 열차와 충돌해 남편은 현장에서 숨진다. 살아남은 피니는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두고, 뇌사상태에 빠진 티모도 결국 호흡을 멈춘다.

홀로 남은 그는 고통과 슬픔, 분노라는 ‘손님’ 셋과 한꺼번에 맞닥뜨린다. 삶의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바버라는 어느 날 삶이 자신에게 주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한다. “삶은 아름다운거야” 읊조리며 툭툭 털고 일어난 바버라. 고통과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온 그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발걸음을 내딛도록 나를 끌고 가달라”며 당부한다.

필자도 얼마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4 빼기 1’의 사별가족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이 뭉클하게 와 닿는다. 사별가족은 죽은 사람에 대한 원망, 섭섭함, 그리움, 버림받은 느낌, 살아남은 데 대한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다. ‘세월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힘든 과정을 겪는다.

소망소사이어티는 다음달 16일부터‘사별가족을 위한 회복프로그램’ 강좌를 6주 과정으로 개최한다. 바버라의 당부처럼 사별한 가족이 슬픔 가운데서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도록 끌고 가려는 것’이 취지다.절망과 고통은 서로 보듬고 나누면 삶의 놀라운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사별가족을 위해서도 호스피스가 필요한 이유다.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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