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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차드의 '사바비앙' [LA중앙일보]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18
Views
1719

[기고] 아프리카 차드의 '사바비앙' [LA중앙일보]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4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귓전에 '사바비앙'이란 말이 여전히 맴돌고 있다. 아프리카 차드의 어린이들이 내 품에 안기며 해맑은 미소로 던진 인사다. 현지어(불어)로 '잘 지내셨어요'라는 뜻이다.

처음 차드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10년 2월이었다. 마실 물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물은 오염돼 고통을 받는 그곳 주민들에게 우물을 파주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선 내 나이에 극히 위험한 여행이라며 말렸으나 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정말 물이 필요한 곳인가 내 눈으로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고 또 성금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요량이었다. 솔직히 소망소사이어티를 믿고 큰 돈을 보내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차드로 향하는 여정은 녹록지 않았다. LA에서 프랑스 파리 다시 차드까지 꼬박 23여 시간이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수도 은자메나에 도착해 목적지까지는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5~6시간을 달려야 했다.

마을에 있는 호수는 사람과 가축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동물 배설물로 악취가 풍기지만 유일한 식수원이어서 이 물을 길어다 마신다. 생존하기 위해 물을 마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은 그 물로 인해 각종 수인성 질병에 감염돼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오염된 물이나마 마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다시 차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물이 그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몸소 알고 싶었다. '사바비앙'하며 내 품에 안기는 아이들의 눈에서 희망을 보았다.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깨끗한 물을 마신 그들에게선 활기와 생동감이 넘쳤다.

처음엔 우물 40개를 목표로 잡았는데 전국 각지 독일 한국에서 성금이 답지해 불과 2년 사이 목표의 두 배가 넘는 167개나 파게 됐다. 봉사하러 아프리카를 찾았지만 오히려 마음의 치유를 받은 쪽은 내 자신이었다.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밀려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랑은 서로를 공유하고 하나가 될 때 비로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체험했다.

우리 모두 하나의 달 하나의 태양 아래 숨쉬며 살고 있는데 왜 저들은 삶이 그토록 고통일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로 배움이라는 두 글자에 방점이 찍혔다. 배움이 없기에 저들의 삶에는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물가에 작은 소망유치원을 세워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생명의 물이 솟는 우물 옆에 우뚝 선 배움의 터전. 이곳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지도자가 되면 분명 '내일'을 말하게 되리라.

소망소사이어티는 굿네이버스와 남가주 사진작가협회 김상동 회장과 함께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중앙일보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소망우물 사진전시회를 갖는다. 사진 한 컷 마다 그들의 겪는 아픔과 사랑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담겨져 있다.

전시회의 참 주인공은 우물을 기증해 주신 분들이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성금을 보내주신 분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선뜻 내놓으신 어르신들 예수님 이름으로 기증하신 익명의 여성 돼지저금통을 깬 어린이들….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지신 분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차드 오지에선 생명의 물이 콸콸 쏟아지며 그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고 있다. "사바비앙!"

발행: 04/08/13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04/07/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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