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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와 시신기증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19
Views
986

“이사장님, 이 드라마 꼭 보세요. 저희 취지와도 꼭 들어맞아요.”봉사자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마치 귀한 보물을 찾아낸 듯 흥분한 목소리였다. 내가 연속극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하는 걸 보면 내용이 예사롭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타이틀은 ‘구암 허준’ MBC의 일일 사극이다.

봉사자는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유지를 받들어 그의 몸을 해부하는 장면이 소망소사이어티가 펼치고 있는 시신기증 캠페인과 일치한다며 꼭 빌려다 보기를 권했다.

얼른 비디오 가게에서 DVD를 빌려다 몇몇 봉사자들과 함께 봤다. 불치병인 반위(위암)에 걸린 유의태는 자신의 몸을 통해 허준에게 인체를 보여주고 가르치기 위해 마지막 서찰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드라마이지만 유서의 내용이 매우 감동적이다. “내 생전의 소망을 너에게 의탁하여 병든 몸이나마 내 몸을 너에게 준다. 명심하거라.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거라.”스승의 죽음 앞에 오열하며 절망하지만 허준은 유언을 받들어 그의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낸다. 스승은 자신의 시신을 제자에게 맡김으로써 마지막 가르침을 준 것이다.

냉장 냉동시설이 없던 그 시절, 어떻게 시신을 해부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장소가 밀양 얼음골이라고 했다. 삼복 한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곳이어서 시신의 부패 없이 해부를 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한다. 물론 드라마이지만 우리 조상의 뛰어난 지혜와 살신성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어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된다.

장기기증은 우리가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다.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불치의 환자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나누어줘 새 생명을 선물하는 행위는 이제 사회적 책무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장기기증이 몇몇 환자를 살린다면 수 백, 수 천의 환자를 살리는 것이 바로 시신기증이다. 시신은 의과대학 교수보다 더 많이 가르쳐 주는 훌륭한 선생이다. 학생이 시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훗날 의학자가 되면 수많은 목숨을 살려내는 생명지킴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화장 등 한인사회의 장례문화 개선에 힘써 온 소망소사이어티는 이 캠페인을 시신기증으로까지 확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내 몸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사회의 공동재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캠페인 동참자가 크게 늘어나 매우 고무적이다.

얼마 전 UC 어바인 의과대학 측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여섯 구의 한인 시신이 해부실습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600여 명의 한인들이 시신기증 약정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이들 거의 모두가 소망소사이어티의 캠페인에 공감해 사후 시신기증을 서약했다며 고마움을 전해왔다. 시신기증으로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실천하는 분들이다.

시신은 땅에 묻히면 약 50일 후 썩어 없어지게 된다. 시신기증을 하면 의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이 보다 더 숭고한 인류애도 없을 성 싶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말이다. 이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삶은 매우 달라질 것이다. 나의 죽음이 수많은 사람들을 생명의 길로 인도한다면 이 보다 더 값진 이웃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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