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오병이어’의 기적 - 한국일보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18
Views
1979

‘오병이어’의 기적

유분자 이사장

평소 존경하던 감리교 원로목사님을 얼마 전 만났다. 30년 넘게 알고 지낸 분으로 최근 은퇴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식사를 한번 대접할 참이었는데, 그 분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의 소망우물 사진전시회 책자에 인쇄된 인사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소망소사이어티가 그동안 해낸 ‘사랑의 노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현지 어린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는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자 그분은 체크를 꺼냈다. 우물을 파고 그 옆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구상이 훌륭하다며 보태 쓰라는 것이다. 금액을 쓰고는 옆의 부인에게“당신이 나보다 더 예쁘게 사인을 하니 사인을 하라”며 미소를 지었다. 노부부의 모습이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절대 기부자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체크에 얼마가 적혔는지 모른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은퇴 생활이 녹록하지 않을 텐데 웬 도네이션을…”하며 체크를 살폈다. 0이 여럿인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1,000달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숫자 한가운데에 쉼표가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100,000.’ 도시 믿기지 않았다. 잘못 쓴 것이 아닌 가 싶었다. 그러나 체크엔 ‘one hundred thousand’라고 정확히 표기돼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 마이 갓!”그 분이 어떻게 이런 큰돈을 마련했는지는 모른다. 묻지도 않았고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집을 팔고 노인아파트로 이사를 했는지 아니면 교단에서 퇴직금으로 받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노후를 대비해 평생 저축한 돈인지 알지 못한다. 평생 교단을 지키신 분에게 10만 달러는 엄청난 돈인 것이 분명하다.

문득 ‘오병이어’가 떠올랐다. 보리떡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예수의 기적이다. 전에는 그저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가끔은 ‘예수님도 뻥이 세구나’하며 웃기도 했다. 한 사람이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데 하물며 어떻게 수 천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나는 그 목사님의 체크 한 장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하고는 머리를 숙였다. ‘나눔의 문화’가 진정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 때문이다. 그분이 선뜻 10만 달러를 내놓은 것은 차드의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기를 바랐던 때문일 것이다. 부부의 노후를 위해 또는 자녀를 위해 쓸 수도 있었으나 질병과 가난, 전란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처지에 동참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차드에 학교 하나를 세우려면 약 3만 달러가 든다. 그동안 1.5세 젊은이들이 모은 돈으로 학교 한 개 공사비는 마련돼 있었다. 올해는 학교 한 개가 목표였는데 목사님의 쾌척으로 벌써 네 개가 확보된 셈이다.

이 학교에서 배우고 자란 차드의 어린이들은 커서 나눔을 실천할 게 틀림없다. 10만 달러가 수천, 수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 희망을 심어 줄 테니 이것이야 말로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나눔으로 세상을 넉넉하게 채워주는 아름다운 사람들. 진정한 부자는 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입력일자: 2013-07-19 (금)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