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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의 행복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0:25
Views
1377

10달러의 행복

한국일보 입력일자: 2010-01-29 (금)

얼마 전 교통위반 티켓을 받았다. 하도 오랜만이어서 며칠 동안은 기분이 찜찜했다. 과속이나 신호위반이면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운전 중 이어폰 없이 셀폰을 사용했다고 해서 딱지를 떼니 공연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운이 나쁜 날로 치부해 버리려했지만 셀폰을 볼 때마다 괜스레 심통이 났다. 예전엔 셀폰 없이도 잘 지냈는데 누가 이런 걸 만들어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명의 이기는커녕 나를 옥죄는 ‘몬스터’로 보였다.
티켓을 받은 지 1주일 쯤 지났을까. 아이티 강진의 참상을 TV에서 지켜봤다. 10여년 전 노스리스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화면에 비춰진 아이티는 그에 댈 게 아니었다. 마치 포화가 휩쓸고 지나간 전쟁터와 흡사했다. 가뜩이나 가난한 나라에 왜 저런 재앙까지 겹쳤는지….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하는 푸념이 입안에 맴돌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TV를 다시 켜니 셀폰이 등장했다. 아이티의 난민을 돕자며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90999를 누른 다음 ‘아이티’(HAITI)란 문자를 날리면 10달러가 적십자사에 자동 헌금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돈은 그달 치 셀폰 요금 고지서에 추가돼 전화회사는 이를 모아 적십자사에 보낸다는 것이다.

할리웃의 유명 스타들도 나와 수백만달러씩 성금을 내며 ‘문자메시지’ 동참을 시청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까지 침통한 표정으로 “여러분이 낸 10달러는 아이티의 재건과 구호에 긴요하게 쓰여 진다”며 미국인들의 도덕적 양심을 일깨워줬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이 하루 밤새 거의 1,000만달러나 됐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티 이재민 돕기에 참여한 미국인 가정이 이미 전체의 30%를 넘었다고 한다. 몇 년 전 동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 참사 때도 30%의 가정이 성금을 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바로 셀폰의 문자보내기 덕분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니 아이티에 성금을 보내는 가정이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셀폰을 ‘괴물’로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셀폰이 인류애를 확산하는 도구로도 유용하게 쓰여 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대공황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시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불경기로 인해 비즈니스는 힘들고 실업자가 대량 쏟아져 나와 사실 독한 맘 먹지 않으면 성금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아이티의 재난에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 아이티의 처참한 광경을 접하고선 ‘나는 그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를 저마다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실업자도, 그리고 이번 달 렌트비와 인건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10달러의 셀폰 메시지에 선뜻 호응하고 나섰다.

돈 많은 사람들만이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수록 사랑과 자선의 마음씨는 더욱 강해진다는 걸 셀폰을 통해 깨닫게 된 요즈음이다.

10달러가 아이티의 지진 피해자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나에게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boonjayoo19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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