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입력일자: 2010-12-25 (토)
오늘도 멀리 동부 어느 곳에서 체크를 동봉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절대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식이 주는 용돈을 모아 보내주시는 분, 심지어 웰페어를 쪼개 갖고 오시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 분들을 볼 때마다 한인사회엔 `부자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돼 감동을 느낀다. 돈이 많아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해 부자이다.
올 초 한국의 비영리봉사단체인 굿 네이버와 함께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우물 파주기 운동을 펼쳤다. 각종 수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그들에게 깨끗한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당초 40개를 목표로 삼았는데 벌써 80개를 파고도 남는 성금이 모아졌다. 불경기로 인해 너 나 할 것 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적지 않은 분들이 돈을 보내와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깨달음을 얻었다. 작은 변화가 사회를,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우물파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실감했다.
몇 해 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라스베가스 인근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트레버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오라`는 과제를 받았다.
"세 사람에게 아주 좋은 일을 해주는 거예요. 그들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을까` 물어오면 `pay it forward` 곧 나 말고 다른 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9명이 도움을 받게 되겠죠? 다음엔 27명이 받게 될 거고요. 도움을 받은 사람의 수가 순식간에 늘어나고 세상은 아름답게 바뀔 거예요"
트레버가 그렇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이고 달래며 점차 주변으로 퍼져 나중엔 전국적인 사랑 나누기 캠페인으로 확대된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이 영화를 화제로 올리며 나눔의 즐거움을 얘기했다. 그러고는 방청객에게 100 달러씩을 나눠주며 `pay it forward`를 당부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이 돈을 쓰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건국의 아버지`중 한명으로 추앙받는 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 한다. 1780년대 말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며 쓴 편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이 돈을 그냥 주는 게 아니네. 빌려 줄 뿐이지. 나중에 자네처럼 정직하지만 사정이 딱한 사람을 만나면 이 돈을 그에게 주게. 그러면 나한테 갚은 것으로 쳐주지. 또 자네에게 돈을 빌린 사람은 가난한 이웃에게 갚고... 언젠가 이 작은 돈이 훌륭한 일을 해내지 않겠나"
아프리카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그 분들. 정말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사랑을 투자하신 분들이다. 그곳 주민들도 고마움을 이웃들에게 갚아나갈 테니 처음의 작은 사랑이 무한 제곱만큼 확대되는 것이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주변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 보자. 이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리 험하고 힘든 세상이라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