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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을 살리는 ‘생명 나눔’ - 한국일보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0:33
Views
1294

9명을 살리는 ‘생명 나눔’
(한국일보 발언대)

입력일자: 2011-02-11 (금)

기부나 봉사 같은 나눔도 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아름다운 나눔은 없다.

얼마 전 한국에서 살다 뇌사상태에 빠진 미국인 여성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5명의 한국인을 살리고 떠났다. 외국인 학교에서 교육과 선교 사업에 힘써온 그는 수업 도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은 평소 아내의 뜻에 따라 주저 없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52살의 여교사 린다 프릴은 14년 살던 한국 땅에서 생명을 주고 떠남으로써 나눔과 베풂의 숭고한 정신을 보여주었다.

나눔의 미덕은 원수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 몇해 전 이스라엘 병사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팔레스타인의 12살 소년은 이스라엘 어린이 여섯에게 장기를 나눠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소년의 아버지는 복수와 증오 대신 생명의 나눔을 실천해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했던 것이다.

아흐메드 소년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에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폭력과 전란에 찌든 중동사람들의 심장을 평화의 염원으로 쿵쿵 뛰게 했다.

애리조나 주 투산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9살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도 세계인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린의 장기는 보스턴의 한 소녀에게 기증돼 꺼져가는 생명을 살렸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자 했으며 자신이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이를 이루었다”는 내용의 추모사를 TV에서 지켜보며 필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6살 한인소년 티모시 김의 죽음은 특히 오랫동안 내 심장에서 살아 박동칠 것 같다. 지난해 말 티모시는 삶의 마지막 끈을 놓았다. 중증 자폐아로 살아온 티모시는 두 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는 훌쩍 떠났다.

장기 적출 수술을 할 때 아이 몸에 상처가 날까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는 소년의 어머니는 그래도 아들이 예쁜 모습으로, 그리고 이웃들에 생명을 나눠주고 떠나 고마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 세상에서 살게 할 길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는 티모시의 어머니. 그래서 ‘장기 하나라도 이 세상의 어느 누군가에게 이식돼 펄떡 거리며 살아준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기증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티모시의 부모는 생명을 더 나눠주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 소망 소사이어티가 벌이는 우물 사업에 3,000달러를 아들의 이름으로 내놨다. 죽음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차드에 생명수가 되기 바란다며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한 것이다.

우물 한 개를 파면 현지 주민 1,000명이 물을 마실 수 있다. 깨끗한 물은 이들을 죽음의 질곡에서 해방시켜주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티모시의 기부는 아프리카에서 80번째 파는 우물이어서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당초 40개를 목표로 했지만 티모시를 비롯한 눈물겨운 사연들이 모여 두배나 초과 달성되었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장기 기증은 9명을 살린다고 한다. 올해 소망소사이어티는 우물파기는 물론 ‘I Save 9’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생명 나눔 캠페인을 적극 펼칠 방침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눔을 한인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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