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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서 미안하다?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0:23
Views
1199

오래 살아 미안하다?

입력일자: 2009-09-25 (금) 한국일보

언젠가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어 클릭을 해봤다. 네티즌들의 용어를 빌자면 낚시 미끼에 걸려든 것이다. “오래 살아 미안하다”

일본의 어느 할아버지가 세계 최장수 남성으로 공식인정을 받아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너무 오래 살아 미안합니다”라고 농담을 건넨 것을 타이틀로 뽑아 흥미를 끌게 했다. 그의 뒷말이 더욱 재미있어 지금도 기억한다.

“하지만 얼른 죽고 싶지는 않네요.”

그의 나이 올해로 114세. 한세기를 훨씬 넘게 살았는데도 노망은커녕 이처럼 익살까지 부리다니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각이 바뀐 건 얼마 전 80대 한인 노인 세 분을 만나고 나서 부터다. 사무실에 직접 들러 소망 유언서에 사인을 하시고선 이런 저런 얘기를 함께 나눴다. 쓸만한 장기가 있다면 병원에 기증해 자신들의 노후를 돌봐준 미국사회에 보답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화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한분의 말씀에 귀가 번쩍 뜨였다. 봉사를 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노인 문제는 노인들이 가장 잘 알 터이니 필요하면 자신들을 이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오래 사는 게 뭐가 미안한가. 오래 오래 당당하게 살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을 위해 봉사하며 보람찬 삶을 살겠다는 그 의지로 봐 세 분은 일본 할아버지보다 더 장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30여 년 전 필자가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얘기다. RN 자격증을 따고 텍사스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때인데 한국과 다른 점이 꼭 한가지 있었다. 노인 환자들이 자신보다 더 아픈 환자들을 보살펴 준다는 점이다. 휠체어를 끌고 함께 산책을 하는가 하면 끼니도 거르지 않도록 옆에서 챙겨준다.

처음엔 그 광경이 낯설기만 했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들 텐데 남을 돕다니…. 이민 초년생의 눈엔 신기하게만 보였다. 어느 날 미국인 동료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했다. 남을 돕게 되면 의학적으로도 치유효과가 탁월해 통증을 잊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바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란 걸 훗날 신문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남을 돕게 되면 기분이 ‘하이’ 상태, 곧 최고조에 오른다는 것이다. 엔돌핀이 자신도 모르게 펑펑 솟아나 고통을 이겨낸다는 게 아닌가. 실제로 노인입원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병상에만 누워있는 환자들보다 남을 돌보며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더 오래 산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암세포도 너끈히 물리친다는 엔돌핀.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자연산 모르핀 성분이어서 부작용도 없을뿐더러 지치고 힘든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필자는 ‘헬퍼스 하이’를 이렇게 풀이한다. “봉사하면 복이 와요. 오래 오래 삽시다”

장수의 비결은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봉사하는 삶을 통해 기쁨을 맛보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다. 남을 돕는다는 것. 어찌 보면 내 자신을 돕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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