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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편한 외투를 벗으며
Harvard Kennedy School, MPP11
이의헌 (Euyhun Yi)

한국과 미국에서 인정받은 신문기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진로를 바꾸기 위해 학업을 시작한다는 것을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면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학생과 기자로 배우고 키워온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굳이 좁은 길은 선택했습니다. 2001년 한국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5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공채기자 1기로 미주한국일보에 취직했습니다. 태어나고 처음 밟아보는 미국땅에서 기자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소수계 언론의 퓰리처상’이라고 불리는 ‘뉴 아메리카 미디어 언론상’을 두차례(2004,2006년) 수상하고,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기자로서 많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8년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을 받은 것보다 제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든 것은 취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취재현장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탈북자, 아프가니스탄, 카트리나 참사, 입양가족, 장애인 등을 취재하면서 좋은 글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의미있지만 직접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비젼을 갖게 됐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졸업 뒤 UN이나 월드비젼 같은 국제기구에 취직해 앞으로 점점 더 커질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향상시키는 일에 헌신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돌아가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 자녀와 농촌지역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세울 계획입니다. 또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기자와 비정부기구 전문가로서 겪은 경험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제 자신이 미국에서 8년간 외국인 노동자로 일했을 뿐 아니라 기자라는 특수한 경험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와 농촌가족 자녀가 겪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비영리단체 ‘City Year’ 모델을 벤치마킹해 대학생 봉사단체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쉽지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8년 동안 취재원으로 만난 한인사회 1세 어른들과 1.5세, 2세 젊은 인재들, 한국에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 그리고 앞으로 하버드 케네디 스클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동기와 교수들이라는 광대한 네트웍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학문적으로는 이미 저의 멘토이며 미국 언론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한인사회 원로 언론인인 이경원기자(K.W. Lee)와 함께 ‘이승만의 사회주의 활동’, ‘초기 한인 이민사’, ’이경원기자 회고록’ 등의 다양한 저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한국을 방문해 고려대학교와 출판 문제를 논의하며, 하바드 케네디 스쿨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회주의 활동에 대한 연구’를 개별 연구 과제로 제출할 생각입니다.

퇴근 후 어린 아들과 놀아주면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주말을 반납해야 했고, 밤잠도 줄여야 했습니다. 올 봄 영주권을 받아 역시 아들을 키우며 어렵게 학업(디자인 석사)를 마친 아내와 맞벌이를 하면 넉넉하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제 자신이 아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비전과 꿈이 있었기에 그런 안락한 삶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내 한인언론사 월급이 많지 않아 모아 놓은 돈이 없기 때문에, 아내에게 2년간의 생계를 부탁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학비는 융자를 신청했지만, ‘돈’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직종으로 진출하려 하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졸업 후 8만불 정도의 빚을 가족에게 안기는 상황을 피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미주한인장학재단에서 수 많은 인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겨봤는데, 제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젊은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학교에 재학할때부터 멘토로서 그리고 다시 사회에 나간 뒤에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면서 장학재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장학생이 되겠습니다.

좌로부터 정영길 이사, 김정빈 이사, 이의현기자, 그레이스 부사장, 2009년 6월 1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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