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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작은 죽음을 죽어야만 작은 부활을 하게 되요  2009년 5,6월 중에서

 

김 보 록 신부
(살레시오 수도회 신부, 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원장)
장세리 편집위원대담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시면서 우리들에게 남긴 파장이 크다. 소박한 일생과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는 종교를 초월하였다. 마지막 육신을 빛으로 남긴 장기기증과 경건한 장례식은 천주교의 사생관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길동에 있는 돈보스코 정보문화센터 김보록 신부는 1992년부터 명동성당에서 ‘죽음체험 하루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고, 생생하게 체험을 하도록 한다. 9시30분부터 시작해서 죽음묵상법 강의와 예수님의 죽음묵상법 수련, 마지막에 자신을 위한 고별식 및 장례미사를 하면 ‘하루 피정’이 끝난다.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1991년부터 해온 죽음준비교육이 천주교에서도 ‘죽음체험 하루 피정’으로 나란히 이어져온 것이 든든한 응원군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피정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피정은 피할 避와 고요한 靜을 합한 말인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곳을 피해서 고요히 지내는 거예요. 이를테면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머물며 묵상이나 기도를 해요. 그러는 동안 하나님을 좀 더 가까이 하는 영적인 체험을 하는 거죠.”

죽음을 생각하고 묵상하는 위령성월

-특별히 죽음을 주제로 피정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천주교에서는 매년 11월 한 달간을 위령성월이라고 해요. 위령성월은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하고 살아있는 우리 스스로의 죽음을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예요. 그때 자신의 죽음문제를 돌아본다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겨져서 시작하게 됐어요. ”

-한국 천주교 역사는 믿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온 순교의 역사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 성인들의 순교는 어떤 죽음의 의미를 둘 수 있나요? 신부님이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는 죽음은 어떤 건가요?

“순교는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웅적인 행위예요. 절대적인 소중한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영적인 죽음을 선택한 분들이죠.
나 자신도 일상생활하면서 묵상하고 강론과 대화속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각오를 해요. 우리도 한평생 목숨을 바치는 것이니까 영적인 의미에서 순교자구요. 올바른 삶을 살고 봉사하면서, 용서하거나 참으면서 매일 작은 죽음을 죽어야만 작은 부활을 하게 되요. 육신의 고통을 참는 것, 용감하게 사랑하는 것, 남을 위한 희생이 작은 죽음이죠. 이런 작은 죽음 뒤에 보람이나 내적인 기쁨을 느끼면서 작은 부활의 기쁨을 겪고 결국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져요.”

죽음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
참생명이 시작

-죽음을 두려워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종교를 가진 사람과 일반인의 죽음이해는 어떻게 다른가요?

“두렵다는 건 아무도 한번도 체험하지 않은 미지의 체험이기 때문일 거예요. 더욱이 종교가 없는 사람은 영성의 결핍 때문에 무로 돌아간다는 두려움이 커요. 육신, 물질, 감각세계보다 정신, 내면세계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없어요. 사명의식을 갖고 살거나 남을 위한 일에 애쓰거나 인류사회에 공헌한 사람일수록 그리움으로 죽음을 기다려요, 깊은 신앙을 가지고 사는 사람일수록 죽음의 경계선을 넘는 게 기다려지는 순간이 되요. 절대자와의 만남으로 사랑의 온전한 일치가 되는 순간 참생명이 시작되거든요. 죽음이라는 영원한 생명의 시작을 그리움과 동경, 기다림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요.”

-피정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체험을 하게 되나요?

“임종의 순간에 예수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마음대로 써서 봉헌하게 해요. 또 유언을 쓰게 하고,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보라고 해요, 강의실 가운데는 관을 놓고 한사람씩 들어가서 관뚜껑을 덮고 흰천을 덮은 채 2~3분간 누워 있게 하고요.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서 자기의 죽음을 직면하는 가상체험을 하죠. 몇 년 전 어떤 남자는 자기 부인에게 쓴 유서에서 겉으로는 충실한 남편이었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속인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받고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썼어요. 결국 이 체험은 자기의 죽음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되고 삶을 되돌아보는 자극이 되요.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돌아보게 하는 삶과 죽음의 체험 피정이죠.”

영혼의 아픔없이 죽는 것이 중요해요.

-보편적으로 아프지 않고, 육신의 고통이 없으면 편안한 죽음이라 하죠. 그런데 미워하고 화내며 죽는 건 더 심한 고통인데 이런 마음고통은 어떻게 풀까요?

“일반적으로 사명을 다한다거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서 만족감을 얻으면 편안하고 좋은 죽음이죠.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선 사랑을 실천하고 진선미를 추구해서 예수님과 같은 모습이 된다면 어느 정도 편안한 죽음이라 할 수 있죠. 단지 아픔이나 육신의 고통이 없는 죽음이 편안하다는 것은 피상적이예요. 죄짓고, 갈등을 갖고 죽는다면 더 괴롭죠. 영혼의 아픔이 없이 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용서와 화해가 영원히 남을 가치이자 의미예요. 절대자에게 가까워지고 참여하고, 그분을 추구하면서 무한사랑을 체험하며 극복해가야죠.”
-의학발전과 사회복지제도의 개선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났어요. 예전의 부모세대보다 길어진 노후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노인들이 많아요. 이들을 위한 죽음교육을 한다면 무엇을 강조해야 할까요?

“먼저 자기 스스로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각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한 생활을 해야죠. 규칙적으로 일하고, 배우고, 즐겁게 활동하고 봉사하며 만족감과 보람을 느껴서 행복한 성취감을 누려야 해요. 나이가 먹을수록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함께 지내는 기회가 많아야 되요. 외국에서 어떤 노인이 앞가슴에 ‘저에게 말을 걸어주세요’란 글을 종이에 써서 걸고 다녔어요.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우면 그랬을까 싶더군요. 노인을 향한 조그만 관심과 친절은 용기를 주게 되요. 그렇게 잘 살아야만 잘 죽을 수가 있어요.”

하나님은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생명교육과 죽음교육이 하나니까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배우는 중에 무심히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사회 전체가 개개인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되요. 특히 노약자나 정신적 장애자, 태아의 생명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져야죠.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에 직접 가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체험하고 대면해봐야 해요. 하나님의 마음과 어머니의 마음으로 부족한 자식을 특별히 아끼고 배려하는 생명의 존엄성을 놓치지 말아야죠. 마더 테레사는 <죽어가는 사랑의 집>에서 사람들을 깨끗이 씻어주고 붕대를 감아 주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을 버린다고 해도 하나님은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라며 정성을 다해 돌보았습니다. 버려진 인간의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게 대하는 마더 테레사의 초월적 사랑의 힘이 곳곳에 뿌리내리길 바래요.”

김보록 신부님은 최근 출판된 ‘마지막 사진 한 장’이란 책에 추천사를 써주셨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23명의 환자가 들어올 때의 사진과 임종직후의 사진을 실은 책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나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추천사에 이렇게 쓰셨다.

“죽음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지를 가르쳐주는 스승이며, 어떻게 행동할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죽음은 삶의 나침반이자 마지막 성적표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23인의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을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전하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 사형수는 사형을 받아야 할 사실은 알지만, 그 시기를 모른다. 우리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들이다. 언젠가 사형을 받아야 한다면 아쉬움 없이 죽을 각오로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삶과 사랑과 죽음> 2009년 5,6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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