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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노년이 아릅답습니다.  2010년 10월 29일자 중앙일보

 

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학교에서 10년 이상 자원봉사를 해오던 일본계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참가했다. 그분은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 되었지만 동네에 그대로 살면서 해마다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이들이 다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습시키는 일을 우리 학교에서 꾸준히 해왔다.

바로 지난해까지도 뵈었는데 올해 학기가 시작되어도 연락이 없어 궁금하고 차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몇 달 전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투병하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일흔이 넘었지만 항상 건강하고 젊게 보여 처음엔 잘 믿어지지 않았다.

평소 늘 웃으며 말없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좋은 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장례식에 가보니 정말 인생을, 특히 노년을 즐기며 아름답게 사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부자도 아니고 높은 지위에 있지도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녀들을 훌륭하게 기르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며 산 분이라는 것을 여러 사람의 애도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자원봉사 외에도 이웃 사람 집의 잡초를 뽑아주고 옷을 고쳐주는 등 그가 한 ‘작은 일’들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무척 즐겨 비록 운전면허는 없었지만 온 세계 5대주를 다 방문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 감상을 즐겨 LA 필하모닉, LA 오페라, 여러 미술관 시즌 티켓을 다 가지고 계셨단다. 무척 바쁘게, 열심히 인생을 산 분인 것을 알겠다.

얼마 전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 자원봉사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을 도우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는 것보다 사실 받는 것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

돌아보면 주위에 할 일은 얼마든지 많다. 동네 학교만 해도 위에 말한 할머니처럼 구구단을 외우도록 도와줄 수도 있고 교재 준비나 숙제 점검, 채점 등 도울 일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한국 아이들이 있다면 가끔 가서 한국 책을 읽어줄 수도 있고,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 감독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학교 담당자와 상의해서 어디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알아보면 된다. 학교에 관심이 없다면 병원 봉사도 있고, 교회나 성당 등 종교 기관이나 다른 여러 봉사 단체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남을 도와서 좋고 나에게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일거양득 아닌가.

실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몸이 아픈 사람도 봉사를 하다 보면 아픈 것을 훨씬 덜 느낀다고 한다. 또 봉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단다. 그러니 더 이상 무엇을 기다리겠는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무슨 일로 봉사를 할 수 있을지 찾아보자. 앞으로의 생애가 훨씬 더 재미나고 멋지게 되리라 장담한다.

에스더 김 LA 156가 초등학교 교장
뉴욕 중앙일보 2010년 10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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