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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TV채널을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2009년 7,8월 중에서

 

박 홍 이 교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장세리 편집위원 대담

연세대 과학관 344호는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죽을 사(死)가 두 번 들어 있어서 ‘저주받은 방’이라는 박교수님의 유별난 설명과는 달리 방안에는 사진, 그림, 아코디언, 목검, 죽도 등 많은 물건들로 활력이 넘쳐났다. 뭐하는 분일까? 엄숙한 교수님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검도 5단, 공수도 4단, 국제과학학술지에 327편의 논문을 발표한 물리학과 교수, 하루에 3권씩 책을 읽고 아마추어 화가, 자원봉사자…, 하고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다재다능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런 분이 ‘5분간의 생만 허락된다면 마지막 쓰는 편지’ 란 책을 냈다.

-어떻게 이런 제목으로 책을 쓰셨나요?

“이 책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포기하지 말라’예요.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고 나 자신도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썼어요. 암진단을 받고나서 남의 가슴에 못 박은 적은 없나, 또 가족은 어찌 사나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옛날 생각이 났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부산에서 큰 고무공장을 해서 잘 살았어요. 그러다가 사업이 망하고 나니까, 어머니가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콩나물장사를 하셨어요. 그건 포기하지 않고 9남매를 먹여 살리겠다는 생에 대한 의지였어요. 또 1966년에는 내가 강원도 홍천에서 군생활을 했어요. 그때 야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결국 암에 걸려 돌아보니 그 말은 내 자신에게 돌아와 있었어요. 다행히 오진인지 기적인지 회복이 됐구요”

강물이 배를 품고 흐르듯 죽음도..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쓴 글이라서 인생의 묵시록처럼 짧고 담담해요. 하지만 절박한 경험에서 나온 글이기에 호소력이 강해요. 일상생활도 글과 크게 다르지 않죠?

“길게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못쓰겠어요. 논문도 짧게 밖에 쓸 줄 몰라요. 사람을 아주 좋아하죠. 그러다 실수도 많이 하지만…
가끔 화날 때마다 생각해봐요. ‘내가 다음 순간에, 5분 뒤에 죽는다면 어떻게 할까?’ 화낼 일이 없어지고 진정이 되죠. 늘 일상생활에서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가까이해봐야 되요. 항상 지금 죽으면 어떻게 되나를 마음에 품고 살아요. 행려병자 염하는 봉사를 하면서 죽음을 가까이 여기게 됐어요. 강물이 배를 품고 흐르듯이 죽음도 받아들여야죠.”

-봉사를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그 동기가 있었나요?

“지금껏 제일 잘하는 게 봉사예요. 아버님께서 어려서부터 ‘가슴에 나눔을 안고 살아라. 나누는 것도 연습이다. 지금 연습 안하면 나중에 나누지 못한다’고 가르치셨어요. 학교가기 전에 집 가운데 있는 100평 크기의 정원을 청소하게 하고 용돈을 주셨어요. 그중에 10%는 꼭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금도 누가 도움을 청하면 거절하지 못해요. 학생들이 추천서를 써달라고 해도 그 자리에서 써줘요. 어려운 부탁일수록 빨리 들어줘요. 미국유학시절에 방학 때 학비를 벌려고 하루 1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게 어려운 사람들이 더 나눌 줄 안다는 거였어요. 음악을 통해서 동네가 변해가는 것을 보기도 했어요. 그때의 경험으로 복지관에서 합창봉사를 했고, 지금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봉사하려고 1년 정도 배우고 있어요. 이제 간신히 양손으로 치는 게 됐어요.”

좋은 시간이 따로 있다고 기다리기에는 인생이 길지 않아요

-어려울 때도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힘과 강한 믿음이 기적을 만들어요. 인생이 잘 돌아갈 때, 힘 있을 때, 편안할 때보다 고통 속에서 헤쳐 나가는 지혜를 얻었어요. 또 좋은 시간이 따로 있다고 기다리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아요. 아무 문제가 없는 삶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도 없더라구요. 젊은 시절의 성장통이 축복이었죠.”

-교수 몇 분이 모여서 음악밴드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면서요?

“취미로 하려는 게 아니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어서죠. 어떤 교수는 드럼, 또 다른 이는 섹스폰, 이런 식으로 나까지 7명의 교수가 각자 악기를 두 셋트를 사서 어려운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멘토- 멘티가 되고 싶어요. 그 매개가 음악이고, 악기인거죠. 그렇게 한 5년 쯤 아이와 같이 연습하고 어울리면서 role model이 돼서 아이의 성장을 돕고 싶어요. 나중에 아이에게 악기를 넘겨주고, 그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왜 봉사해야 되는가를 배우게 되죠. 죽어서 하나님 앞에 가면 힘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왔다고 고백하고 싶어요.”

-악기를 자신과 어린이 것 두 개씩 사고 오래 배우려면 돈이 들 텐데 어떻게 충당하나요?

“돈을 벌어야 되는데 그게 문제예요. 돈이 많았으면 봉사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그러나 봉사는 자기 돈을 써가면서 해야 되요.”

-몸에 배어 있는 봉사철학이 죽음에 대한 공포나 생사관에 어떤 영향을 주던가요?

“보통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모르기 때문일 거예요. 궤도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삶을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되요. ‘저기 무엇이 있을까?’란 호기심으로 바라봐야죠. 죽음도 마치 KBS TV를 보다가 MBC로 채널을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엘리자벳 퀴블러 로스가 죽음을 앞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내린 결론이 죽으면 저 세상이 더 좋더란 거예요. 돌아가신 부모님도 만나고 얼마나 기다려지는데요. 봉사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눠 주고 내려놓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I am nobody.(난 아무 것도 아니다)

-검도, 물리, 영어를 50년 넘게 해오셨다죠?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해요. 교양체육시간에 검도도 가르치구요. 지금도 영어단어집을 만들어 놓고 보고 있어요. 물리학를 했기 때문에 힘의 원리를 좀 알아요. 검도 사범이 검을 내리 치는 것과는 좀 다르죠. 이제 50년쯤 되니까 검도의 기본을 알겠더라구요.
아침마다 결가부좌를 하고 30분씩 참선을 하죠. 그러면 I am nobody.(난 아무 것도 아니다)란 생각이 들어요. 참선 후에 만난 사람을 정말 귀하게 생각해요. 모두들 자기만 귀하다고 우쭐대는 세상에서,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은 다 귀하다 라는 겸손을 배워요.”

-참선하면서 마음의 수양을 하고, 거기서 생긴 에너지를 열정적으로 나눠주는 모습은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본보기를 보는 것 같아요.

“디오게네스의 글에 보니까 우리들이 그 사람을 궤변론자라고 알고 있는데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죽을 텐데 뭘 그리 열심히 사나 핀잔을 줬대요. 그런데 디오게네스는 열심히 달리기를 하던 사람이 결승점 앞에 두고 천천히 가는 것 봤냐면서 반문했더래요. 결승점에 다다랐다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안돼요. 우리는 순간을 100% 살아야죠. 언제 마지막 순간이 올지 모르니까 활활 타게 살아야 되요. 그게 준비된 죽음 아닐까요?

나눠줄 수 있을 때 나눠줘라

-죽음교육이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를 통해서 많이 퍼지고 있는데, 꼭 넣고 싶은 교육내용이 있나요?

“Be the winner in life through giving and sharing.(나눠줄 수 있을 때 나눠줘라)이죠. 밥 세끼, 방 한 칸이면 족하니까 나머진 다 나눠줄 거예요. 애들에게도 직업을 가질 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를 권했어요. 고맙게도 다들 제 뜻을 따라 줬죠. 많이 나눠주고 나중에 많이 받으면 되잖아요. 또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게 좋아요.
사회운동가인 헬렌 니어링은 ‘Good Life’란 책에서 하루를 세 등분해서 첫째는 먹고 사는데 쓰고, 둘째는 남을 위해 살고, 마지막은 자기 계발을 하며 살라고 했죠. 소박한 실천을 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죠. 그러다가 죽게 되면 화장해서 연세대에다가 살짝 뿌려주면 제자들이 오고가면서 모교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지 않겠어요.”

모든 일에 감사하면 저절로 행복이 찾아온다
Give thanks for everything for your happiness.

당신의 행복을 위해 모든 일에 감사하시오. 삶은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강물은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서 바다까지 흘러갑니다. 가끔은 천천히, 가끔은 빠르게…….. 조용히 흐르다가도 가끔은 소용돌이도 치면서…….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잘 되다가도 내리막길을 내달리기도 합니다. 마치 흐르는 강처럼,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힘든 일과 부닥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어려운 일도 시간과 함께 결국 극복된다는 단순함을 알지요. 오히려 이 난관이 행복으로 가기 위한 시작임을 알고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상황이 좋은 때가 아니라 극심히 힘든 때 감사기도를 할 수 있다면, 큰 복이 기다릴 것입니다.’
삶은 흐르는 강과 같아서 강이 바다로 갈 때까지 모든 순간을 하나도 빼지 않고 즐기듯이
우리도 매 순간을 즐기십시다.

– 5분간의 생만 허락된다면 마지막 쓰는 편지/박홍이/ 넥스웍 中에서

<삶과 사랑과 죽음> 2009년 7,8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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