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한인들 온정이 아프리카 지도마저 바꿨다[LA중앙일보] 70개 개발 후원금, 차드인 7만명 혜택 북쪽 사하라 제외한 오지마을에도 우물

기사입력: 08.18.10 20:18

아프리카 차드에 놓인 소망 우물은 모두 수동 펌프다. 모터를 달수도 있지만 기름 값 등 유지비는 주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물 앞에선 주민들의 표정이 깨끗한 물 만큼이나 맑다. [굿네이버스 차드지부 제공] 아프리카 ‘차드’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일보 연중 기획 ‘소망우물 프로젝트’에 답지한 후원금은 21만달러다.

개당 3000달러인 우물 70개 분량이다. 우물 하나로 혜택을 입는 평균 주민수를 1000명으로 계산하면 줄잡아 차드 국민 7만명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금액이다.

동참한 한인 수는 6000여명이다. 1인당 평균 후원금은 35달러였다.

한사람이 동참해 만든 ‘기적’은 단순 숫자인 금액보다 현지 사정으로 바꿔말하면 이해가 쉽다.

차드에선 물이 없으면 갈증에 고통스럽고 물이 흔한 곳은 수인성 질병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

지난 2월 차드 현지 취재에서 찾았던 ‘서아프리카의 동맥’ 차드호 인근 한 마을 보건소에서는 매달 5~6명이 말라리아로 죽는다. 보건소장은 지난해 우기때는 하루 8명이 숨졌다고 했다. 또 제대로 먹지 못해 아동 소아마비는 감기만큼이나 흔하다.

말라리아 치료제는 3개월치가 9달러고 소아마비 백신 1회분은 10센트다. 동전 하나면 살릴 수 있는 어린 생명들이 부모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 아프리카 차드를 직접 찾아가 현지의 참혹한 식수난을 전했다. 위에서부터 오지 까찌마을에서 만난 소녀 아찌데(11).물을 긷기 위해 6년째 매일 15km를 걸었다고 하면서도 소녀는 웃었다.〈3월11일자 A-5면> 차드 방문기간중 세워진 소망우물 1호에서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다.〈3월12일자 A-5면> 물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차드 아이들의 표정 만큼은 빛이 났다.〈3월17일자 A-5면>
한인들의 후원금 덕분에 수도 은자메나(N’Djamena)를 중심으로 차드 전국 곳곳에 우물에 세워졌다. 38개 우물 공사가 완료됐다. 추가로 4개는 공사중이며 3개는 현장답사가 끝났다.

소망 우물은 은자메나에 5개 은자메나 외곽 반경 50km 내에 11개 은자메나 북쪽 100km 지역에 1개 동쪽 120km 두루발리 지역에 6개 등 23개가 접근이 쉬운 수도 주변에 집중됐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그정도에 그쳤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소망 우물은 모세혈관 처럼 오지로도 파고 들고 있다. 은자메나 남동쪽 350km 봉고(Bongor) 지역에 12개 500km 떨어진 문두(Moundou)에도 3개가 세워졌다. 북쪽 ‘사하라 사막’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우물이 들어서고 있다.

차드에서 소망 우물은 지도마저 바꾸고 있다. 후원금을 접수하고 있는 굿네이버스USA측은 굿네이버스 차드지부에 위치추적시스템(GPS)을 보냈다. 우물이 들어선 마을의 좌표를 지도에 표시하기 위해서다. 지도에도 없던 외곽 오지 마을들이 소망 우물 때문에 지도상에서 살아 숨쉬게 된 것이다.

차드에서 온 편지 -현지 한인 자원봉사자 장동원씨

비가 퍼붓고 있습니다. 차드에서 7~9월은 우기입니다. 우물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26~28호 우물이 세워진 ‘마플링(MAFLING)’ 마을에서의 공사는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억수같은 비를 뚫고 강을 건너가야 했습니다. 이곳에는 카누처럼 생긴 아주 작은 쪽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그 배에 시멘트와 자재들을 실어 날라야 했습니다. 퍼붓는 빗줄기 때문에 눈 조차 뜨기 어렵고 강물은 불어 강을 건너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렵게 자재를 강 건너편으로 보내고 저를 포함한 장정 7명이 한꺼번에 배에 올랐는데 물살이 빨라 배가 여러차례 뒤집힐 뻔 했습니다. 정말 강에 빠지는 줄 알고 무서웠습니다.

강을 건너면 더 힘든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차드에서는 수도 은자메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흙 길입니다. 강 건너편에서는 소달구지로 20Km 떨어진 마을까지 자재를 운반해야했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5시간을 구식 4륜 구동차량이 흙탕물에 빠지지 않으려 춤을 췄습니다.

어려움이 많지만 소망 우물 사업은 차드 사람들에겐 생명입니다. 우물 하나로 마을 전체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집니다. 아이들이 더러운 물 때문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슬펐고 죄책감 마저 느꼈습니다. 저는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시니까요.

우물을 파준다고 해도 종종 슬픈 현실과 마주칩니다. 후원 아동들이 많은 칼리와(Kaliwa) 지역은 강변 마을 입니다. 강물은 마시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정도로 더럽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 물을 마십니다. 운이 좋은 아이들은 물에 적응해서 살아남고 약한 아이들은 질병으로 죽습니다. 마침내 이 마을에 우물을 파주었지만 일부 마을 사람들이 여전히 강물을 마셨습니다. 수십년간 길들여진 강물의 ‘맛’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교육을 시켜서 이젠 그런 일은 없지만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물이 놓인 도마탈라(Domatala) 마을에서는 이제 수인성 질병 때문에 아프다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우리처럼 정이 많습니다. 우물 공사를 하면 모두들 나와서 돕습니다. 한 마을에서 내어준 닭 2마리와 소 젖에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들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마을에서 내준 정성은 눈물 겨웠습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신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들과 굿네이버스USA 소망소사이어티 관계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