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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그림… ‘사랑의 기증’ 예술품, 따뜻한 구입 발길이 생명 살린다 2014년 4월 5일   [중앙일보]

골동품·그림…

‘사랑의 기증’ 예술품, 따뜻한 구입 발길이 생명 살린다

[중앙일보]

내달에 소망갤러리 행사

수익금 어려운 이들 지원

구혜영 기자

오랫동안 방 한구석,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던 물건들이 하나, 둘 세상에 나왔다.

딸 시집갈 때 함께 보낼 요량으로 사두었던 은접시 세트, 어머님의 유품인 화각함, 30년 전 이민올 때 없는 세간에도 꼭 붙들고 있었던 도자기 한 점…. 그림 한 장, 병풍 한 점에 깃든 추억이 깨어나 바다 건너 누군가를 살리고 있다. 글자를 모르는 아프리카 차드의 어린이가 유치원에 가고, 결핵으로 가족과 격리된 북한 주민이 집에 돌아가는 꿈. ‘생명살리기 소망갤러리(이하 소망갤러리)’에 추억을 기증한 이들이 밝힌 ‘나눔’의 이유다.

제2회 소망갤러리가 오는 5월9일부터 22일까지 LA한국문화원 2층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소망 갤러리는 골동품과 그림 등 예술품을 기부받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나눔 전시회. 갤러리를 주최하는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는 수익금을 ▶차드 소망유치원 4호 설립 ▶한인 독거노인 지원 ▶북한 결핵퇴치 유진벨 재단 지원 ▶죽음준비 교육 지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매주 기증품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난다는 주혜미 교수는 “얼마 전, 손때 묻은 찻잔을 건네며 눈물을 짓는 기증자가 있었다. 굳이 지금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사별한 남편과의 추억이 어딘가에 퍼져, 빛나는 게 기쁘다’며 정성스레 찻잔을 닦아주셨다”며 “갇혀있던 나만의 추억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멋진 일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 기증품엔 ‘추억’뿐 아니라 ‘기대’도 녹아있었다. 전화를 통해 착한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 새로운 꿈이 생길 것 같은 설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를 살릴 수 있다는 벅찬 가슴이 한데 모였다.

한 한인마켓에서 17년째 캐시어로 일하고 있는 도문자(71)씨는 4일 청파 이은구 선생의 분청사기를 갤러리에 전달하며 “남편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낸 후, 캐시어 일을 시작하며 배운 건 ‘남의 것을 내 것처럼 귀하게 여기자’라는 것이었다. 귀한 내 것을 나눴으니 더 크게 감사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망소사이어티가 보관중인 기증품은 민화.서예.도자기 등 150여 점. 이종열.이경미 소망갤러리 공동준비위원장에 따르면 한지 작가 이종국씨와 정귀순 화백 등이 작품 기증을 약속했다. 공동위원장들은 “전시회에 오는 발걸음, 물건을 고르는 손길,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 모두, 나눔이다. 가장 설레는 일은 갤러리를 통해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문의:(562)977-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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