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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차드를 가다-소망 학교] ‘배움의 갈증’ 푸는 새싹 … “우리 미래 구원해줘 고마워” 2013년 11월 28일 중앙일보

소망우물 놓인 지역 중심으로 ‘소망 유치원’ 건립
미주 한인 기부가 밑거름…1, 2호 감격의 완공식 

차드의 식수난에 도움을 주려 3년 전 시작한 소망 우물 프로젝트는 ‘배움의 해갈’로 발전하고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와 굿네이버스USA(대표 오은주)는 올해부터 우물이 놓인 지역을 중심으로 ‘소망 유치원’을 세우고 있다. 이번 원정대는 현지 방문중 1, 2호 학교 완공식에 참석했다. 첫 번째 학교는 1호 우물이 놓인 ‘은두’에, 두 번째 학교는 2호 우물이 설치된 ‘쿤둘’에 지어졌다. 모두 미주 한인들이 기부했다. 배우고 싶은 아이들의 목마름은 육체의 갈증 못지않았다.

글=정구현 기자ㆍ사진=김상동 작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바다 건너온 미주 한인 후원자 8명을 아이들은 몸으로 반겼다.

전교생 60명인 은두 1호 학교는 소망우물 프로젝트로 지어진 첫 번째 학교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완공까지의 힘겨운 과정 때문에 학생들이나 후원자 모두에게 각별한 곳이다.

굿네이버스USA의 김재학 실장은 “공사는 7월에 시작됐다. 마침 우기 때에서 침수가 잘되는 은두 지역 특성상 작업 환경이 열악했다”고 전했다.

학교 후원자들도 어렵게 기금을 모았다. 숙경 엘런, 캐롤 최, 미키 권씨는 ‘엄마 삼총사’의 이름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 공사비 3만2000달러를 마련했다.

엘런씨는 최근 남편과 사별한 아픔에 암진단까지 받아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했다. 대신 권씨가 대표로 완공식에 참석했다.

마침내 문을 연 학교 마당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후원자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마달리 교장은 “이젠 아이들이 이웃 마을 학교에 가기 위해 5km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교육감 베이리겜(58)씨는 “(못 배우고, 가난할지언정)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고 배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호 학교가 ‘감동의 교감’이었다면 2호 학교 완공식은 ‘온동네 잔치’로 열렸다. 학생, 학부모, 교사까지 500여 명이 모였고, 국회의원, 시 행정국장, 마을 이장까지 참석했다.

학생들은 학교 앞마당에 방목 된 닭들과 함께 뛰논다. 비록 단층 건물에 교실은 4개뿐이고 운동장도 없지만, 아이들은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특별순서에선 4~5세 아동 20여 명이 춤추며 노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학교에 가요. 빨리 가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감사해요.” 목이 쉴 정도로 열심히 노래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부모들은 오랜만에 삶의 무게를 잊고 활짝 웃었다.

레비스 교장은 “차드의 미래를 구원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건축 기금은 윌셔연합감리교회 이창순 전 담임목사가 기부했다. 한사코 이름이 알려지길 고사했지만, 이 목사의 이름은 학교 건물에 새겨졌다.

건축은 현지 한인업체 ‘칠보건설’이 맡았다. 업체는 이 지역 남성들을 인부로 고용해 지역경제도 도왔다.

소망 유치원은 한인 후원자들이 없으면 운영될 수 없다. 전교생의 80%가 미주 한인 후원자의 1:1 결연을 통해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학교에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2호 학교 베야난(33) 교사는 “교사만 교과서를 갖고 있다”면서 “칠판에 내용을 적으면 노트가 없어 따라 적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이라고 했다.

잘 먹고 잘 입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인데, 배고프고 헐벗은 차드의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친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친구들이 더 많아서다. 유엔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차드의 취학연령 아동 중 80%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도움 주실 분: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
굿네이버스 (877)499-9898

잘 살기 위해서? 배워서 남주고 싶어했다
아이들에 꿈 물어보니

2개 학교 완공식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6학년 바감라(13)는 “큰 농장을 가진 농부가 되고 싶다”고 노란 앞니 두 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수줍어서 말 한마디 못하던 3학년 카디자(8)는 기다렸다는 듯 “여성 장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옆에 있던 2학년 바샤르(6)는 “빵가게 주인이 꿈”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꿈은 다양했지만, 꿈을 꾸는 이유는 하나였다. 돈 벌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남을 돕기 위해서다. 바감라는 “농사를 많이 지어 이웃들에게 나눠주려고”라고 했고, 카디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바샤르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빵을 만들겠다고 했다. 척박한 땅에서 아이들은 기특했다. 내 것만 챙길 법도 한데, 배워서 남주고 싶어했다. 이 아이들이 차드의 미래다.

“내 자식 처럼 더 도와줄 것”
동행한 후원자들

3차 차드 원정대에는 후원자 8명이 동행했다. 70대가 4명이었지만, LA서 꼬박 24시간 걸리는 장거리 비행을 힘겹다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후원하는 ‘차드의 내 아이들’이 피로를 씻어줬다고 했다.

소망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은 출발 전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다쳤지만 여행을 강행했다. 2호 학교 완공식에서 유 이사장은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되라”면서 감격에 울었다.

후원자들은 아이들의 목마른 삶에 아파했다. 정영길(77) 목사는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의 행복지수가 그들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원자의 바람은 한결같다. 아이들이 내 자식 같이 잘되길 빌었고, 더 많이 돕고 싶어했다. 이번 원정대엔 어머니와 아들이 동행했다. 조앤 이(49)씨와 제임스 이(27)씨는 “깨끗한 물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이미 본 이상 우물 사업은 외면할 수 없고, 멈춰서도 안된다”며 현장에서 우물 2개와 학교 1개 건립을 약정했다.

▶3차 차드 원정대 명단: 유분자(78·여), 정영길(77), 오재선(71·여), 미키 권(55·여), 유수옥(72), 조앤 이(49), 제임스 이(27), 김상동(60), 김재학(35), 유덕현(53), 정구현(40)

 

발행: 11/28/13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11/27/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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