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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서 ‘무덤’ 까지는 옛말”, 매장 보다는 화장 선호  4월 20일 중앙일보

 

중앙일보 기사 (4월20일)

“요람서 ‘무덤’ 까지는 옛말”, 매장 보다는 화장 선호…
묘지 매물이 넘쳐 난다[LA중앙일보]

비용 절감 경제적 이유 최다
가주 화장률 50%까지 육박
한인도 유언서 재작성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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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세환(82)씨는 최근 묘지 대신 화장을 결정했다. “죽으면 그만인데 비싼 돈 들여 비석 세우고 관 짜고 허례허식 아니냐. 세상도 갈수록 좁아지는데 죽어서 땅을 차지할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토런스에 거주하는 손귀자(78)씨는 “애들도 다른 주에 살아서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데 나중에 묘만 덩그러니 있으면 누가 와주겠냐”고 말했다.

화장을 택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매장만을 고집했던 과거와 달리 죽음에 대한 사고가 유연해지면서 화장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맞이하는 죽음’ 교육을 펼치고 있는 소망소사이어티가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받은 유언서의 대다수는 화장을 원하고 있다. 유분자 이사장은 “유언서를 낸 한인 중 화장을 원하는 사람은 6619명 중 4700명으로 약 75%를 차지했다”며 “매장을 원하던 분들도 최근에 마음을 바꿔 유언서를 다시 작성한다. 사고가 점차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경제 불황도 화장을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미 화장연합회(CANA)에 따르면 화장을 원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30%)이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토지 절약(13%) 간소한 절차(8%) 매장이 싫어서(6%) 개인적인 이유(6%) 순이다.

화장은 매장 비용에 비해 최대 10배가 저렴하다.

매장을 할 경우에는 예배.예식.방부처리.관을 포함해 최소 4500달러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묘지비 등을 포함하면 최소한 1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화장은 최소 900달러 선에서 시작한다. 예배.예식 없이 시신을 화장해 유골가루를 바다에 뿌리는 경우다. 예배.예식의 장례절차를 치른 후 화장을 할 경우에는 장례식 때 사체 방부처리 비용 3000달러가 든다. 또 유골을 바다에 뿌리지 않고 납골당에 안치할 경우에는 3000~4000달러(2인 기준)가 든다. 메모리얼파크 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불경기가 시작된 뒤로는 화장을 먼저한 뒤 간소하게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화장한 뒤 유골가루를 보석이나 구슬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식도 있다.

미 장의사협회(NFDA)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캘리포니아 주 화장률은 47%이며 장례비용은 매장 시 평균 6560달러 화장 시 평균 1700달러로 집계됐다. 1985년에는 미국 내 화장 건수가 30만 건을 밑돌았으나 2007년에는 83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화장협회는 2015년에는 인구의 45%가 2025년에는 인구의 56%가 화장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장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묘지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R사의 묘지 에이전트에 따르면 최근 매물로 나온 묘지들은 보통 5000달러부터 시작하지만 9000달러 짜리 매물을 반값에 내놔도 잘 팔리지 않는다. 남가주에서 17년간 묘지 매물을 취급·판매해온 박철홍씨는 “묘지를 샀다가 다시 내놓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묘지 에이전트에 따르면 “묘지가 시가보다 저렴하게 나와도 팔리지를 않는다.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싸게는 3000달러에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토런스에 거주하는 70대 임한진씨는 “예전에 사놓은 묘자리를 다시 내놨는데 2년째 안팔리고 있다”며 “가격을 많이 낮췄는데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묘지를 샀다가 되파는 이유로 대부분 ‘급전이 필요해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장례방식을 화장으로 바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내 화장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네바다(73.93%), 가장 낮은 도시는 미시시피(11.87%)로 나타났다.

황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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