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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잔치서 외치다 “다시 출~발”  2015년 10월 21일 [중앙일보]

 

80년의 삶. 인생에서 나이 80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생 후반기에 빛을 낸 사람들의 스토리가 담긴 책 ’50세, 빛나는 삶을 살다’의 저자 에릭 뒤당(Eric Dudan)은 ‘나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도전과 열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책 속에서 ‘만년 청춘’ 30명을 소개한 그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뉴욕의 세계적 미술관 ‘구겐하임 뮤지엄’을 완성한 것은 91세였다고 강조한다. 붓 들기가 힘겨웠던 앙리 마티스가 종이오리기라는 새로운 창작에 도전하며 청색 누드를 제작한 것은 83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바이올린을 제작한 것도 80대다. 콤파이 세군도가 쿠바의 재즈 거장으로 우뚝 선 것은 90세, 테오도르 모노가 탐험을 위해 사하라 사막에 들어간 것은 93세였다.

’80세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에릭 뒤당은 힘주어 말한다. 지난 주말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80세를 맞은 두명의 노장이 팔순 파티를 근사하게 열고 “이제 시작”이라며 생의 열정을 보여줘 하객에게 기쁨과 용기를 줬다.

노년에도 아프리카 뜨거운 벌판을 다니며 활기차게 봉사활동에 몸바치고 있는 ‘소망 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과 젊은이 못잖은 열정과 노력으로 연주활동을 해온 바이올리니스트 김용제 안과전문의가 두 주인공이다. ‘지금 시작하자’며 두 팔을 번쩍 들어보인 두 아름다운 ‘영 시니어’를 소개한다.

한해를 100세 인생에 비견하자면 10월 중반을 넘긴 지금은 80세 쯤 이르른 것 아닐까. ‘아, 한해가 속절없이 가는구나!’ 하며 감상에 젖지말고 ‘자 출발~’ 하며 이들의 마라톤 경주에 힘차게 동승했으면 한다.

소망 소사이어티 유분자 회장

“아름답게 살게 돕자” 72세 때 창립
8년 새 남가주 최고 봉사단체 우뚝

한인사회 기부문화 확산에 불지펴
아프리가·중남미에도 희망 전도

유분자 선생이 ‘소망 소사이어티’를 창립한 것은 72세때.

‘아름답게 살면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 하도록'(Well-Being, Well -Aging, Well-Dying) 돕자는 취지로 발족된 소망 소사이어티는 8년이 지난 현재 엄청나게 많은 봉사자가 참여하는 남가주 최고의 봉사단체로 우뚝 섰다.

지난 17일 세리토스 퍼포밍아츠 센터에서 많은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분자 이사장의 팔순 잔치는 소망 소사이어티 멤버들이 가족과 함께 마련한 기쁨의 자리였다.

게다가 기쁨의 내용이 성취나 업적 자랑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 였으며 ‘겸손한 권유의 손내밈’이라 감동을 줬다.

‘누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하려면 지금하며, 이왕이면 기쁘게 하자’는 유분자 이사장의 봉사 철학을 보여준 잔치였다.

소망 소사이어티가 하는 일은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과 계몽. 자원봉사와 기부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망 마을을 세워 나누는 문화의 실천을 목적으로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치매 예방교육부터 웃음 치료교육을 이끌며 보람되게 늙어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으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도록 돕기 위해 소망유언서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사별가족 모임을 통해 유족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방법도 익힌다.

UC 어바인 의대와 연계해 벌이는 장기및 시신기증 안내 운동은 미국의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유분자 이사장은 말한다 .

“처음 사막과 같았던 소망 소사이이터에 꽃이 만발했다”고. 비온 후엔 그 어느 곳보다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사막의 꽃처럼 소망이 만개하고 있다며 그는 생일 축하연에서 봉사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울먹였다.

이외에도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돌며 우물 파기 운동과 유치원 설립을 돕고 있는 유분자 이사장은 “처음 40개를 목표로 했던 우물이 현재 267개가 파여졌으며 아프리카 지역에 설립한 유치원도 4개나 된다”고 전한다.

그는 이것을 기적으로 표현하지만 주변사람들은 유 이사장의 열정과 희생,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내 것을 비워 남에게 내어줌으로써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한인 커뮤니티에도 확산되고 있어요”

팔순 파티에 초청하며 그는 ‘가는 준비 하는 중’이라고 웃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80세에 봉사의 꽃을 피워내는 ‘청량한 물’이 되어주는 그에게서 누가 지는 해를 연상하겠는가.

80. 그에게 팔순은 바로 시작이다.

바이올리니스트·안과의사 김용제 박사

그동안 실내악 동호회 만들어 활동
팔순 잔치를 이색 콘서트장으로

“좋은 취미는 평생 즐기는 큰 자산
먼저 손 내밀고 어울려야 젊어져”

지난 18일 오후 5시. LA의 드림웨딩 뱅큇홀에서는 안과전문의 김용제 선생의 80세 생일 축하 파티가 열렸다.

평생을 안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의사보다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것을 기뻐했던 그의 마음을 아는 두 딸과 사위는 파티 대신 콘서트를 선택했다.

연주회는 주인공인 80세 바이올리니스트가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 손님들에게 음악을 선사하는 이색 콘서트라 하객은 신이 났다.

‘뮤지카 라모레’라는 실내악 동호회를 만들어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펼치다 최근 잠시 뜸했던 닥터 김은 이날 그동안의 휴식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베토벤의 소나타,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등 널리 사랑받는 곡을 피아니스트 에스더 길과 함께 물 흐르듯 한시간 넘게 연주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역시 그에게 80은 숫자에 불과했다.

10세 때 계정식 박사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김용제 선생은 서울대 의예과 재학 중 도미, 미시간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으며 사우전드오크에서 개업의로 활동하다 정주영 회장 초청으로 아산병원(전 서울중앙병원)에서 안과과장으로 일했다. 15년전 미국으로 돌아와 아직도 LA에서 안과의사로 진료 중이다. 의사로도 바이올리니스트로도 그의 사전에 은퇴라는 단어는 없다.

김용제 선생은 젊게 사는 비결이 담긴 몇가지 삶의 철학을 들려준다.

“나이가 들었다고 낡았다, 닳았다, 쓸모없다라는 생각은 철저하게 거부하자.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그동안 얻은 지식과 지혜로 예전보다 쓸모가 더 많다.”

“후배들에게 듣는 가장 흐뭇한 말은 ‘본업 외에 즐길 수 있는 무엇 하나를 반드시 배우고 키우라는 선생님 조언을 실천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는 고백이다. 내 삶이 증거다. 절대 후회 없을 것이다.”

“한때 열심히 배웠던 악기를 대학 들어가며, 혹은 결혼하며 포기했고 지금 후회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좋은 취미는 평생 즐길수 있는 자산으로 절대 버려서는 안된다.”

“나이들수록 소중한 것은 친구와 이웃이다. 세계 최고 장수촌 사람들은 이웃과 상당히 가깝게 지낸다. 이해관계 없이 어울려 사는 것이 젊게 사는 비결이다. 누가 나를 찾아주기 바라지 말고 먼저 다가서도록 하라.”

유이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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