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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분자 이사장 국회의원회관 주제 발표문 전문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께서 지난 11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신경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와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5차 여성사박물관 포럼: 5천년 한국여성사, 이제 ‘집’이 필요하다’에서 주제강연한 내용 전문입니다.

‘제5차 여성사박물관 포럼: 5천년 한국여성사, 이제 ‘집’이 필요하다‘는 한국간호 112년의 역사를 새롭게 재정립 하고 앞으로의 한국간호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우리나라 여성사 정립에도 도움이 돼 국립여성사박물관의 성공적 건립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이사장깨서는 ‘간호사 디아스포라,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끌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간호사야말로 희망의 디아스포라의 본보기”라며 “간호사의 해외진출은 일자리가 모자라던 조국의 실업난에 숨통을 틔워주고, 선진간호기술을 습득해 고국의 후배들에게 알려줬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백의의 천사’와 ‘동방의 나이팅게일’이 돼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다하는 등 단지 외화획득의 효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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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 국회 연설 원고

오늘 저에게 주어진 강연제목이 <간호사 디아스포라, 한국경제발전을 이끌다>입니다.

강연 제목 그대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간호사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달러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시절, 우리 간호사들은 앞 다퉈 세계 각지로 갔고, 피땀 흘려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습니다.

초창기 외국으로 나갔던 간호사들의 고생담은 지금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가장 힘든 일, 현지 간호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은 모두 우리 한국 간호사들의 몫이었습니다. 급여를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가 기피하는 일, 소위 ‘무덤조(grave shift)’로 불리는 야간근무를 자청했습니다. 조국의 가족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송금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 병원이 아니라 두 군데 병원에서 일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파독광부와 파월장병, 열사의 사막에서 땀 흘렸던 중동진출 근로자들 등, 조국이 경제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시절,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어 조국에 송금했던 사람들은 모두 다 애국자이며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가장 많이 기여한 단 하나의 직업을 꼽으라면 저는 간호사를 꼽겠습니다. 그 이유는 간호사들이 가장 먼저 해외에 진출했고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조국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했으며 지금도 꾸준하게 해외에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면 1965년 케네디 이민법이 통과되고, 1968년 시행이 되면서 한국 간호사들의 취업이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몇 년 전에는 파독간호사들이 탄생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베트남으로, 중동 취업 붐이 일었을 때는 중동으로 진출했으며 지금도 캐나다와 유럽 등 세계 각지로 문호를 넓히고 있습니다. 지금의 해외 한인 간호사회 조직은 앞서 언급한 지역은 물론이고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호주 등 5대양 6대주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습니다.

해외진출 간호사들은 조국의 경제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닙니다.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역할 역시 의미가 큽니다. 어떤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기여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고학력자들이 드물었던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전원이 초급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로서 진출했던 한국 간호사들은 세계 각지로 진출해 ‘동방에서 온 나이팅게일’이란 찬사를 들었습니다. ‘코리아’란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시절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구밀도 높고 실업률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해외로 초청한 주역도 간호사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해외로 초청해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간호사들이 조국에 기여했던 큰 역할 중의 하나였습니다. 미국으로 진출했던 간호사들만을 예로 든다면, 현재 2백50만을 헤아리는 미주 동포들 가운데 간호사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인구는 상당합니다. 80년대 90년대 미주 한인들 10명중 한명은 초기에 미국으로 진출했던 간호사들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을 정도입니다.

1968년에 취업이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던 저의 경우만 해도 친동기간인 7남매와 그 배우자, 그리고 그 자녀들을 모두 미국으로 초청한 것은 물론이고 그 배우자들이 또 다시 자신들의 형제자매와 자녀들을 초청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초청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 하나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40여년의 세월동안 미국에 와서 뿌리 내리며 살게 된 사람들이 무려 3백명에 달합니다. 저의 그런 이야기는 현지 신문에 여러차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초창기 해외진출 간호사였던 제가 제 입으로 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자화자찬과 공치사는 이쯤으로 줄이고 이제부터는 쓴 소리 좀 하겠습니다.

자! 우리 해외진출 간호사들이 그렇게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고, 경제발전에 이바지 했다면 대한민국은 우리 간호사들에게 무엇을 해줬습니까?

한국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미국이나 독일에 간호회관 하나 지어 주셨습니까?

60, 70년대에 해외에 나갔던 수많은 초기 간호사들 대부분이 유명을 달리 했는데 그 가운데 지도급 인사였던 분들께 훈장 하나 추서해 보셨습니까?

저도 2008년 국민훈장 목련상을 받은바 있습니다만, 그것은 미국에 가정법률상담소를 설립하고 소망소사이어티를 설립한 공로로 받은 것이지, 결코 간호사로서의 업적 때문에 받은 것이 아닙니다.

네. 상 이야기는 그만하지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간호사들이, 얼마나 많은 나라에 진출해 있는지 통계 한번 내보신 적 있습니까?

이 자리에 계신 다른 국회의원 분들은 아예 모르실 것 같고 혹시 신경림 의원이나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은 알고 계십니까?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오랜 시간에 걸쳐, 너무 많은 나라에 나가있어서 통계를 내시기 곤란하다구요?

70년대 고인이 되신 전산초 박사가 뉴욕 총영사관에 들러 해외간호사 명단을 보여 달라고 했는데 그 당시 간호사 명단이 전혀 없다고 했다면서 한국의 보건복지 그리고 간호협회도 명단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저에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부터 39년 전 저는 재미간호협회를 창설하고 미국에 진출해 있던 간호사들의 통계를 낸 적이 있습니다.

1979년 재미간호신보라는 신문을 창간하고 그 네트웍을 통해 4년여간 자료를 수집해 해외한인간호원총람이라는 인명록을 발간했습니다.

거기에는 당시 미국에 살던 5천명의 간호사들의 연락처와 근무지가 모두 기재 돼 있습니다.

그때 그 책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셨던, 지금은 작고하신 고 이태영 박사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영상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해외간호사총람이라는 책 하나 없고, 초기 해외진출 간호사들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하나 없으며 제대로 된 통계 하나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말 뿐인 것 같습니다. 조국의 경제발전에 크나큰 공로를 세운 해외진출 간호사들의 발자취 한번 제대로 추적하지 않고 무슨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참 마음이 찹찹합니다.

여러분, 우리 해외간호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십니까?

달러를 버는 대로 조국에 송금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사람들, 전문직 종사자로서 해외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민간 외교사절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백의의 천사들만이 아닙니다.

지난여름 갑작스런 메르스 발발로 인해 이미 잡혀있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발걸음이 딱 끊겼던 때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무려 266명의 해외한인간호사들은 단체로 한국을 방문해 당초 잡혀있던 제외한인간호사회와 세계간호사회 행사 일정을 그래도 진행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한국에 남아 자원봉사 간호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조국을 향한 애정이 절절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해외한인간호사들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제 강연의 제목처럼 간호사 디아스포라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까? 안 이끌었습니까?

이끌었다구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조국의 딸들인 해외 간호사들에게 은혜를 입은 것이 틀림없지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갚아야겠지요?

은혜를 갚으세요. 은혜를 갚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은 간호사들의 해외진출 역사를 정리한 책을 발간하고 현재 해외간호사들의 현황을 제대로 집계해 주십시오.

그 다음에는 해외의 수많은 지역 간호사 단체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단체를 선정해 그들을 포상하고 재정자원을 해주세요.

그것이 크게는 대한민국 정부, 작게는 외무부와 재외동포재단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여러분,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외로 진출했던 우리 간호사들은 바로 조국의 딸들입니다. 메르스 정도가 아니라 그것보다 몇배 무서운 질병이 발생해도 대한의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국으로 들어올 사람들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의료관계자 여러분.

조국이 어려울 때 민들레 홀씨처럼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가 스스로 한알의 밀알이 되어 10배, 100배의 결실을 맺었던 해외진출 간호사들을 좀 더 격려해주시고 그들의 역할과 기여를 정당하게 평가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지금껏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니 지금 보다 더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해외진출 간호사들에 대한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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