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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시티즌'과 '수퍼 시티즌' - 한국일보

Author
somangsociety
Date
2016-03-15 11:21
Views
975

'시니어 시티즌'과 '수퍼 시티즌'

 

유분자 

소망 소사이어티 이사장

 

 

 

 정말 바빴다.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에 빼곡히 적힌 약속과 행사, 이벤트 등을 되짚어 보면 올 한해 얼마나 바빴는지를 새삼 알게된다.

 

 과속의 삶에 제동이 걸린건 10월말 쯤이었다. 사별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해서 제일 튼튼하다는 차를 타고 다녔는데도 차는 완전히 파손되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망가졌다.

 

 응급실로 실려가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멀쩡했다. 기적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사고는 소망 우물 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 차드로 출발하기 불과 보름 전에 일어났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으나 보행이 불편하고 두통이 나는 등 후유증은 상당히 남아있었다. 주변에서 극구 말렸지만 무리를 해서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는 그곳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일주일 가량 지내다 보니 힘이 절로 났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갔는데 정작 도움을 받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들의 맑은 영혼이 내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준 것이었다.

 

 한해를 마감하며 문득 바쁘기만 했는지 그만큼 의미가 있는 삶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 전 소망 소사이어티의 송년모임에서 홍보대사 한 분의 간증이 내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점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것이 퍽 가슴에 와 닿았다. 한마디로 몸과 마음을 그저 세월에 맡긴 사람은 노인이고, 가치있는 노년을 살고 있는 분은 어르신이라는 것이다. 

 

 내 나이도 해가 바뀌면 팔순이다. 나는 그저 노인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어르신 구실을 하고 있을까. 

 

 언젠가 집에 우송된 미국 은퇴자협회(AARP)의 뉴스레터를 읽은 적이 있다. 요즘은 65세 이상을 '올드 피플(Old People)'이라 하지 않고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으로 부른다며 긍지를 갖고 살 것을 주문한 내용이다. '올드 피플'은 노인, '시니어 시티즌'은 어르신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 시티즌'의 역사도 그때 알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선에 나와 당선됐을 때인 1938년이다. 노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시민 중에서도 시니어, 곧 으뜸 된다고 해서 이런 용어를 지어냈다는 것이다. 노년층은 지혜와 경륜의 ㅈ폭이 커 존경의 대상이렴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쳐 압도적인 표차로 백악관 주인이 됐다. 그는 공약대로 소셜시큐리티 연금제도를 시행해 노령자들이 품위 있는 말년을 살 수 있게 했다. 

 

 그 글을 읽고 나름대로 노인을 정리해봤다. 아무 준비없이 하루하루를 세월에 맡기는 노인은 '주니어 시티즌', 루스펠트의 말처럼 지혜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시니어 시티즌', 그리고 '수퍼 시티즌(Super Citizen)'이다. 가장 으뜸 되는 노인이라고 할까. 지혜와 경륜을 썩히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재활용하는 그런 분이다. 

 

 소망 소사이어티에는 '수퍼 시티즌'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홍보대사 3분이 있다. 70-80대인 이 분들의 노력으로 한인 시신기증자가 무려 450명에 이르게 되었다. 

 

 새해에는 한인사회 곳곳에서 많은 '수퍼 시티즌'이 나와 우리 공동체의 횃불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일보 A15면

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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