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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생명 선물 감사합니다” 2013년 11월 30일 LA 중앙일보

 

사막의 낮은 뜨거웠다. 하지만 생명수를 원하는 모두의 염원보다 뜨거울 순 없었다. 마싸코리 출마리 주민들과 소망우물 프로젝트 원정대가 지켜보는 앞에서 인부들이 땅을 뚫는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천일 기도…주민들 “생명 선물 감사합니다”[LA중앙일보] 사하라 사막 인근 출마리 우물 공사 현장 르포

본지는 지난 12일~19일까지 차드 현지에서 진행된 ‘제2차 소망우물 원정’ 과정을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 사회팀 구혜영 기자를 특파했습니다. 한인의 사랑과 배려로 불모지에 하나씩 피어나는 소망우물이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감동의 현장을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 발걸음

모래바람이 앞을 가로막았다. 표지판도 없고 길도 없다.

긴 막대기를 톨게이트 삼아 500세파씩 통행료를 받던 아스팔트 길은 이미 끊긴 지 오래다. 나귀 낙타와 뒤엉키고 역주행을 불사하며 지프로 7시간을 달렸지만 아직도 멀었다. 바퀴가 빠지길 수 차례. 124번째 소망우물이 들어설 마싸코리 출마리는 지도에도 없는 오지로 수도 은자메나로부터 약 90마일 북동쪽에 있다.

말로만 듣던 사하라 사막이 가로지르고 풀조차도 뾰족한 가시만 있는 바싹 마른 곳. 듬성듬성 진흙과 소똥을 뭉쳐 만든 집이 눈에 띄었지만 사방으로 눈을 돌려도 높은 하늘과 잿빛 황야뿐이라 어디부터 마을인지 어디에 2만여 명이 살고 있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염소 사체들만 언뜻 봐도 물 한 방울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길 찾는 손짓 발짓에 지칠 무렵 알리 압둘케임(45)의 말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반가운 고향 사람들의 인사에 함박웃음이 터져나온다. 땅도 파기 전인데 그는 “정녕 이날이 올 줄 알았다”라며 “슈크란”(아랍어: 감사합니다)을 쉴새없이 외쳤다. 은자메나 대학 아랍어 교수라는 타이틀도 버리고 천일 동안 마음으로 부탁했던 우물이었다. 보통 한번 거절하면 포기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두 손을 부여잡은 그가 답했다. “내가 포기하면 이 사람들은 죽어요.”

#. 감사기도

소망우물 공사 현장. 드르륵 귀청을 때리는 엔진음이 울리자 마싸코리 출마리 주민들은 하늘로 손을 뻗었다. 글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도문 속 ‘알라’만 이따금 들렸다. 아흔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부터 거뭇거뭇 수염이 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까지 파이프 쪽으로 몸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눈물이 반짝였다.

대형 시추기계는 없었다. 갑자기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장면도 없었다. 다만 조그마한 모터로 땅을 파고 길이 3m의 가느다란 파이프를 네 사람이 박아 넣는 과정만 하루 종일 계속됐다. 사하라 사막에 쉽게 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인부들은 “우선 지하 52m를 파보고 나오지 않으면 60m까지 시도하겠다”며 파이프를 나사처럼 돌려 박았다. 며칠 전부터 주민들이 길어온 물이 파이프를 타고 땅을 적셨다. 물러진 땅에서 금방이라도 새하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아선지 주민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파이프 공사가 한창인 곳에서 10m쯤 떨어진 나무 그늘에 마을 어르신 10여 명이 모였다. ‘기증자의 이름을 다시 한번 말해달라’ ‘어디에 사는 분이냐?’ 등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돗자리가 깔렸고 다들 엎드렸다. 현지 굿네이버스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물을 보내준 모든 손길에 대한 축복기도”라고 한다.”생명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들에게 우물은 간절한 기도문이다.

#. 목마름

오후 3시. 숨만 쉬고 있어도 입안에 모래가 돌아다닌다다. 고통 그 자체. 곧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말로 아이들의 목마름을 막기란 역부족이다. 하루 4번씩 물을 길어 나른다는 소녀들을 따라 평소 식수로 사용한다는 개울물에 따라나섰다. 마을에서 도보로 1시간 거리. TV나 신문에서 접해온 진흙탕물을 상상하며 도착한 그곳엔 물이 없었다. 색도 묽기도 이미 갯벌이다. 바닥이 드러난 개울물 한쪽에선 염소가 볼일을 보고 있고 목마른 아이들은 말리기도 전에 꿀떡꿀떡 목을 축이고 있다.

입가로 물그릇을 옮기려는 알리(11)를 붙잡자 어디서 배웠는지 영어로 “괜찮아(Fine)”라며 싱긋 웃는다. 고개를 좌우로 두어 번 흔들어도 “늘 마셔온 물이에요. 당나귀랑 나랑 엄마랑…”이라며 끝내 그 물을 마셨다. 이 물을 마시고 콜레라에 걸려 사망한 아이가 벌써 여러 명이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아이의 말을 받아적는 일도 미안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악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깔깔대며 떠드는 아이들 사이로 한 소녀가 다가왔다. 사피아(15)는 가만히 내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우물 생기면 이제 여기 안 와도 되죠?”

#. 물 한 모금의 가치

이른 아침 온 동네 주민이 모였다. 전날 7시간 동안 팠던 우물이 마지막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포복자세로 엎드려 파이프를 돌리는 인부들의 모습은 너무도 진지해 말을 걸 수조차 없다. 고요한 하나 둘 셋. 파이프를 꼭꼭 잠그고 수동펌프를 누르는 손길이 꿀렁꿀렁 소리에 곧 환희로 바뀌었다. “물이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함성이 이곳저곳에 퍼졌다.

물은 앞으로 3일 동안 걸러내야 하지만 콸콸 쏟아지는 투명한 물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뛰어나가 물꼭지에 입을 댄다. “끼야 끼야” 아낙네들은 휘파람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고 청년들은 어깨춤을 추며 우물 주위를 돌았다. 한쪽에선 소망소사이어티가 준비해 간 칫솔세트를 손에 쥔 아이들이 난생 처음 맛본 치약거품에 마냥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슈크란. 이보다 큰 행복을 만나본 적 없어요.”

이 눈망울을 보고 움직이지 않을 심장은 없다.

글 =구혜영 기자  사진 =김상동 남가주사진협회장

“희망 솟는 기적 목격”…원정팀, 우물 200개 목표

1주일간의 여정에는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과 굿네이버스USA 김재학 실장 김상동 남가주사진협회장 USC 영화학과 브라이언 아이비와 사라 최(21) 본지 사회팀 구혜영 기자가 동참해 사람이 만드는 기적을 마음으로 지켜봤다.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차드에 완성된 소망우물은 총 131개로 약 15만 명이 이 우물을 마시고 있다. 소망우물 프로젝트 원정팀의 이번 목표는 우물 200개다.

▶문의: (562) 977-4580 (877) 499-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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