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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용필논선/고문 사랑의 우물 판 한인들

 

월셔플레이스

자료1

옛 사람들은 영혼과 정신은 심장 곧 하트(heart)에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에선 사람은 죽은 후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신이 심장을 저울로 달아 무거우면 죄를 많이 지었다고 해서 벌을 주고 가벼우면 영혼이 깨끗하다고 해서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했다는 것이다. 심장과 영혼이 동의어로 쓰여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논 과학자도 있었다. 어떻게 쟀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을 해낸 것 같다. 심장도 풀이하면 ‘마음이 저장된 곳’이란 뜻이니 동과 서가 생각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영혼이 맑으면 사랑도 넘쳐난다고 해서 ‘하트’는 ‘러브’의 상징으로까지 승화됐다. 엊그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포드 대사전이 하트 기호 ‘♡’를 정식 단어로 등재해 화제가 됐다. 기호가 등재되기는 1884년 사전이 발간된 이후 처음이어서 언어학자들은 이를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 발상지도 알고 보면 아프리카다. 기원전 7세기 무렵 도시국가인 키레네(Cyrene)가 원산지로 지금의 리비아에 속해있다. 요즘 시민군과 친카다피 정부군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벵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적지다.

키레네는 풍요가 넘쳐났던 곳이다. 부의 원천은 ‘실피움’이란 약초. 그 씨앗이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기호 ♡는 이 야생 들풀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기록에도 실피움이 등장한다. 심장질환에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식재료로도 널리 쓰여 옛 로마에선 부유층들의 전유물이었다. 피임제로도 사용됐다니 당시엔 만병통치의 기능을 했던 모양이다.

얼마안가 실피움은 멸종이 됐다. 마구잡이로 채집해 씨를 말렸기 때문이다. 실피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실피움이 새겨진 동전이 최근 무더기로 발굴돼 씨앗이 ♡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만 추정할 따름이다.

하지만 사랑의 기호 ♡는 국제언어로 자리잡아 실피움의 씨앗이 후대에 끼친 영향은 실로 컸다. 뉴욕이 9.11 참사의 후유증을 딛고 일어선 것도 ‘I ♡ NY’이란 캐치프레이즈가 큰 힘이 됐다.

정작 ♡의 발상지인 아프리카는 끊임없는 내전과 독재 기근으로 사랑이 실종된지 오래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일컬어 검은 대륙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피부색이 검어서가 아니라 인간애가 실피움처럼 멸종돼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는 주민들. 그 땅에 미주 한인들이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어 오랜만에 심장이 훈훈해지는 걸 느낀다.

물이 없어 오물을 마셔야 하는 아프리카의 ‘검은 심장’ 차드에 우물파기 캠페인을 벌인 소망소사이어티와 굿네이버. 지난 주말엔 영혼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소망소사이어티의 창립 3주년을 자축했다.

당초 40개를 목표로 했으나 호응이 워낙 커 100번째 우물을 파게 됐다. 불치병으로 숨진 아들 이름으로 성금을 낸 부모가 있는가 하면 우물 한 개 값을 기부해달라고 유언을 남긴 분 돼지 저금통을 헐어 가져온 고사리손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상황에서도 성금이 봇물을 이뤄 한인사회 기부문화의 패턴을 바꾼 사례로 꼽힐만도 하다.

올해는 이웃나라 말라위로까지 사랑의 무대를 넓혀 생명샘을 파줄 계획이라고 한다. 사랑을 가르쳐준 아프리카에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 같아 흐뭇해진다.

‘I ♡ 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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