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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꽃이 되려면… 후회없게 진심 전하세요  2014년 3월 30일 중앙일보

 

“누군가에게 꽃이 되려면… 후회없게 진심 전하세요” [중앙일보]
한인 1세들 애틋한 이야기
실버연극 ‘하늘 꽃’ 공연
‘죽음 준비’ 깨우쳐
 
구혜영 기자
 

#. 일흔 언저리 최신사가 동년배 여자친구를 만났다. 아내와 자식을 잃은 지 이미 오래전. 비슷한 처지인 둘은 교회에서 만난 지 100일 만에 황혼 결혼식을 올린다. 외로움에 익숙해졌다고 믿었던 건 오만이었다. 두 사람은 곱씹는다. “나에게도 아직 이런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다니…. 아직 살아있구나.”

#. 알콩달콩 신혼살림을 차린 지 1년, 어느 날 갑자기 ‘암’이 찾아왔다. 박달녀의 온몸에 퍼진 암세포는 더는 손댈 수도 없다. 죽음이란 건 남의 일이라 믿었었는데, 막상 닥치니 못해준 일들만 생각난다. 팍팍한 이민생활, 하루하루 돈 벌기에 바빠 딸아이 졸업식에 못 갔던 일, “엄마,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해?”라는 말에 언성을 높였던 일, 따뜻한 말 한마디 오가지 않던 식탁.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도 어려웠는지 이제야 후회가 된다.

#.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아내가 남긴 유언서는 담담했다. 오래전부터 하나, 둘 준비한 말들은 묘한 위안을 준다. 홀로 남은 나를 버려두지 않는, 따뜻한 마무리. 최신사는 그를 다시 만날 날이 마냥 기다려진다.

우리들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실버연극 ‘하늘 꽃’은 하루하루, 꼬박 밤을 새며 생활을 꾸려갔던 한인 1세들의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조단씨는 “1세들의 마음을 읽고, 토닥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고민을 알리고, 모두가 함께 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목) 오후 6시30분, 첫 선을 보이는 이 연극은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의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와 뜻을 같이한다. 이날 연극 관람은 무료이며 전화 예약(562-977-4580)이 필요하다.

극중 박달녀역의 손영혜씨는 “그동안 죽음에 대해 무관심했다. ‘죽음도 준비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연극을 통해 실버세대와 자녀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신사 역의 데이비드 김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돈 버느라 바빠 애들에게 선물 하나, 짜장면 한 그릇 못 사줬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본 일이 없다’를 꼽으며 “제목 ‘하늘 꽃’처럼 누군가에게 꽃이 되려면 후회 없이 진심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다음주 목요일, CTS기독교방송국(16641 Valley View Ave. Cerritos, 90703)에서 막을 올린다.

발행: 03/20/2014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03/19/20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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